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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SKT T타워. (사진=SKT)SK텔레콤의 2022년 2분기 실적이 9일 공개됐습니다. 눈에 띄는 건 5G 가입자 비중 50% 달성입니다. 2019년 5G 서비스 개시 이후 3년 5개월 만에 자사 이동통신 가입자 절반을 5G로 전환하는데 성공한 건데요. 가입자 수는 1168만명으로 국민 5명 중 1명이 SKT 5G 가입자인 셈이고, 5G 시장 점유율도 47.7%(알뜰폰 제외)를 기록해 1위 이통사의 자존심을 지켰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징성과 달리 재무적 성과는 고개를 갸웃하게 합니다. 보통 LTE보다 고가인 5G 요금제 가입자 비중이 늘어날수록 이통사의 무선사업 매출도 늘어날 것으로 생각되는데 실상은 큰 차이가 없기 때문입니다.
SKT의 지난 6분기 5G 가입자 수, 이동통신 매출, ARPU 변화 추이. (자료=SKT 실적보고서, 블로터 가공)이와 관련해 지난해 1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의 데이터를 살펴봤습니다. 이 기간 5G 가입자 수는 673만명에서 1168만명으로 73.6% 증가했는데 이동통신 매출(기타항목 제외)은 2조5870억원에서 2조6160억원으로 1.12% 증가에 그쳤습니다. 가입자 1인당 매출을 의미하는 ARPU 변화는 3만213원에서 3만656원으로 역시 미미한 성장폭을 보였습니다. 5G 신규 가입자들의 고가 요금제 선택 비중이 생각보다 높지 않다고 볼 수 있지만, 각 요금제별 가입자 수는 이통사들이 공개하지 않기에 단정하긴 어렵습니다. 대신 데이터에서 드러난 점은 5G 가입자 증가가 꼭 이동통신 매출 증가로 이어지지 않다는 거죠. 오히려 제자리를 걷고 있는 모습입니다. 여기에 최근 정부와 시민사회의 압박으로 기존보다 저렴한 5종의 중간요금제를 출시한 SKT로서는 당장 내년도 무선 매출 성장을 장담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축포'보다는 역성장을 막기 위한 대응책 마련이 더 시급해 보이네요.신성장 동력 찾아라...5대 사업부문+a는?대신 이동통신 외 신사업 부문과 자회사 SK브로드밴드의 성장세가 이 같은 정체 상황을 상쇄하고 있습니다. SKT는 지난해 11월 기업분할과 유영상 대표 취임 등의 변화를 거치며 'SKT 2.0'을 선언, 전략사업을 5대 부문(△유무선 통신 △미디어 △엔터프라이즈 △아이버스(AIVERSE) △커넥티드 인텔리전스)으로 재편했는데, 이를 통해 매출원을 점진적으로 다각화해 나가는 모습입니다.먼저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AIoT(인공지능 사물인터넷) 사업이 포함된 엔터프라이즈 부문 매출은 2분기 374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8% 증가했습니다. 두 분기 연속 두자릿수 성장입니다. 특히 이 기간 데이터센터 매출은 371억원으로 37.4% 증가했고 클라우드 매출은 261억원으로 133% 증가했습니다. 아직 규모는 작지만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가속화된 기업의 디지털 전환 수요에 따라 클라우드 중심 사업들의 성장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입니다.
SKT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사업 매출액 변화 추이. (자료=SKT 실적보고서)'T우주' 중심의 구독 사업은 2분기에 누적 가입자 120만명에 도달, 3개월만에 20% 증가하는 빠른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구독 사업의 상반기 총상품판매액(GMV)은 2600억원을 돌파했는데 1분기의 1300억원 대비 100% 성장한 수치입니다. SKT는 구독 사업의 구체적인 매출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지난해 대비 1.5배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이날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윤재웅 SKT 구독마케팅 사업 담당은 "T우주는 당사자 출시한 역대 비통신 서비스 중 가장 빠르게 이용자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며 "하반기에는 공유하기나 선물하기 등 추가적인 사용자 서비스 업데이트가 예상돼 있고 다양한 형태로의 성장이 기대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가입자의 65%가 20대부터 40대 사이 젊은층이며 T우주 연계 서비스 중 생활밀착업종, 미디어 부문 선택율이 높게 나타남에 따라 연계 서비스 확대나 추가 비즈니스 모델 발굴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 출시 1년을 맞이한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는 월간실사용자수(MAU) 163만명, 누적 다운로드 870만회를 기록, 최근 메타버스 시장의 열기가 한풀 꺾였음에도 아이버스로 진화를 위한 마중물로서 성장세를 유지했습니다. 이런 분위기에 이어 SKT는 하반기부터 이프랜드의 본격적인 수익화 작업을 시작할 계획인데요. 양맹석 SKT 메타버스 CO 담당에 따르면 △크리에이터 후원 △사용자 제작 콘텐츠 거래 △암호화폐 경제시스템 등이 순차적으로 구현될 예정입니다.
SKT 구독, 이프랜드 사업 성과 데이터. (자료=SKT 실적보고서)유선·미디어 사업을 담당하는 자회사 SKB는 2분기 매출 1조330억원, 영업이익 7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 21.8% 성장을 달성했습니다. 지속적인 IPTV 가입자 순증, 고가의 기가인터넷 상품 가입자 증가, B2B(기업간거래) 매출 증가 등이 균형 있게 이뤄졌습니다. 이 중 SKT 5대 사업군 중 하나인 미디어 매출은 382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3% 증가한 것으로 확인됩니다. 이와 같은 성과들이 더해진 SKT의 2022년 2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4조2899억원, 영업이익은 4596억원입니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4%, 16% 증가했습니다. 통신 부문의 성장 정체와 더불어 지난해 회사 분할에 따라 SK하이닉스 지분법 이익도 사라졌지만, 아직 성장 여력은 충분해 보입니다. 이와 함께 SKT는 통신과 금융이 융합된 ICT 금융혁신 신사업에도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회사는 지난 7월22일 하나금융그룹과 4000억원 규모의 지분을 교환했습니다. SKT는 3300억원 규모의 기존 하나카드 지분을 하나금융지주에 매각하고 같은 금액의 하나금융지주 지분 3.1%를 매입했는데 이를 통해 양사의 통신과 금융 데이터 결합을 통한 신규 비즈니스 모델 발굴, 인프라 공동 활용, 고객 특화상품 융합 등의 협력을 약속했습니다. 통신, 금융 데이터는 새로운 신용평가 모델로서 가치가 높고 개인의 취향과 소비·이동패턴 파악도 용이하다는 점을 들어 소비자 중심의 새로운 서비스 플랫폼 개발에 유리한 조합으로 평가됩니다. 최근 일부 은행들이 잇따라 알뜰폰 사업에 뛰어들 채비를 하는 이유도 이동통신 데이터 확보를 위한 포석으로 풀이되는 이유죠. SKT 입장에선 정체된 통신 사업에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기회이기도 합니다.신규 배당수익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김진원 SKT CFO는 컨콜 중 "하나금융그룹과의 파트너십이 갖는 재무적 의미는 배당이 없었던 하나카드 주식이 배당이 있는 하나금융 주식으로 바뀜으로써 예정된 주식 매입 규모 기준 약 200억원 이상의 배당 수익을 기대할 수 있게된 점"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상대적으로 규모는 작지만 마케팅, 서비스 지원 등에 폭넓게 활용 가능한 현금이 주기적으로 들어오게 되는 셈이죠.
SKT와 하나금융지주 지분교환 개요 및 전략적 파트너십 과제. (자료=SKT 실적보고서)정리하면, 5G로 패러다임이 이동한 이동통신 사업은 더 이상 5G 가입자 증가만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게 된 상황입니다. 단순히 가입자 수만 늘어날 것이 아니라 고 ARPU 요금제 가입자가 늘어야 하는데 가계물가가 크게 치솟은 지금 이는 사회적으로 수용이 어렵습니다. 오히려 중간요금제를 비롯한 다구간의 요금제 신설과 저렴한 알뜰폰의 대두로 ARPU 상승은 기대하기 힘듭니다. 5G 가입자 50% 돌파를 마냥 기뻐하긴 어려운 이유입니다. SKT 입장에선 오히려 하나금융과의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 T우주 구독플랫폼 사업의 고속 성장처럼 전에 없던 신사업 기회의 발굴 및 성장 측면에 더 큰 역량을 기울일 수밖에 없게 됐는데요. 시대 흐름에 따른 자연스러운 '탈통신' 행보 가운데 어떤 방식으로 지속성 있는 수익모델을 만들어갈 수 있을지가 앞으로 회사의 주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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